

오즈 야스지로는 구로사와 아키라, 나루세 미키오, 미조구치 겐지와 함께 일본 영화계의 4대 거장으로 불리는 감독입니다. 가족과 세대 갈등을 테마로 절제된 미장센을 선보이는 데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곤 합니다.
이 영화는 컬러로 제작된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후기 작품으로, 일상의 소소한 소동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네이버 평론가도 '떠올리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작품' 이라고 평할 정도로 가볍게 즐기기 좋은 작품입니다.
1. 한 줄 줄거리
텔레비전을 사달라는 형제(미노루, 이사무)의 '묵언 투쟁'으로 동네에서 일어난 소동
2. 감상 후기(스포o)
1. 미니멀하지만 풍성해!
영화의 이야기는 정말 단순합니다. 집들끼리 붙어 있는 이 동네에서 미노루와 이사무는 텔레비전을 보기 위해 매일 몰래 이웃집을 방문합니다. 하지만 항상 제지당하고, 결국 두 형제는 부모에게 텔레비전을 사달라고 조릅니다. 아버지는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하죠.
텔레비전을 사달라는 아이들과 이를 못마땅해하는 부모. 부모가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말라고 하니까 묵언을 선언합니다. 어른들은 "안녕하세요, 날씨가 좋네요" 같은 의미 없는 말이나 하면서 우리한테는 왜 그러냐는 거죠ㅎㅎ 이에 대한 그들만의 저항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도 벌어집니다. 말을 하지 못하다 보니 학교에 급식비를 내야 한다는 사실을 부모에게 제대로 전달하지도 못하고요. 동네의 다른 어른들에게도 인사를 하지 않다가 오해를 받습니다. 동네에서는 "돈 봉투 사건"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묵언 수행을 하는 사실을 모르고, 본인에게 인사를 하지 않자 한 부인은 잘못된 추측을 하고 동네에 소문을 퍼뜨리기도 합니다.
형제는 배고프다고 말을 못하니까 몰래 밥통을 들고 집밖으로 나옵니다. TV를 보기 위해 역까지 갔다가 어른들이 막 찾으러 다니기까지 하죠.
결국, 미노루와 이사무의 부모님은 그들에게 텔레비전을 사줍니다. 미노루와 이사무는 다시 말을 하게 되고, 오해도 마무리되었습니다.
이야기는 이토록 미니멀하고 단순합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이끄는 과정은 전혀 지루하지 않습니다. 중간중간에 아이들의 방귀 놀이 장면이나, 영어를 배우고 있는 이사무의 '알라뷰'가 지속적으로 등장하면서 코믹한 분위기를 잃지 않습니다.(영화관에서 어르신들이 특히 너무 귀여워하시더라고요.) 전체적으로 붉은 색채를 띠고 있는 장면들과, 절제된 카메라의 움직임,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이 가져온 공간 구성은 질서를 부여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게 합니다.
2. 마냥 웃지만은 못할 이야기
이런 순수한 이야기 속에도 마냥 웃으면서만 볼 수는 없는 현실적인 장면들도 등장합니다. 변화하는 시대를 맞이한 사람들, 뒷담화와 선동, 정년에 대한 부모들의 고민 등 서늘한 현실도 담겨 있죠. 작은 가상의 동네 이야기이지만, 그 속에 있는 세대 간의 갈등과 경제적, 시대적 혼란은 이야기를 거대한 세계로 확장시키는 듯했습니다.
대화의 단절은 아이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오해를 가지고 상대방과 소통하지 않는 어른들 사이에서도 대화의 단절이 숨어있는 듯 보이죠. 어린아이들의 순수함과 대비되는 장면이면서 어른들에게서도 약간은 아이같은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반대로 아이들은 침묵을 지킴으로써 어른같은 모습을 체험하기도 합니다.
"쓸데없는 말"이라는 테마도 재밌습니다. 아이들에게 쓸데없는 말을 한다고 지적하는 어른들도 똑같이 쓸데없는 말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솔직함 대신에 격조를 지키기 위해 마구 말을 늘어놓는 듯한 모습을 보며, '대화라는 것이 뭘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안녕하세요>는 '말'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다루는 영화인 것 같네요.
3. 마무리
어쨌든, 아이들은 다시 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서로 호감을 가지고 있는 듯한 영어 선생과 미노루의 이모가 "쓸데없는 말"을 나누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의 심정이 이해되면서,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 쉽게 전달되었습니다. 일상적이고 미니멀한 공간 안에 넓은 세상의 고민이 담겨 있지만, 이를 아이들의 코믹한 순수함과 함께 가면서 우리를 웃음짓게 합니다. 당연히 영화가 어떤 정답을 의도한 것도 아니고, 관객마다의 해석이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결국 중요한 건 말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진심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네요. (그냥 아이들의 소동이 귀엽다는 생각이 제일 크긴 했습니다.)
3. 총평 + 별점
태어나서 본 작품 중 가장 귀엽고 사랑스러운 영화. 가볍지 않고 무겁지 않고 깔끔하다! 변화하는 시대, 다양한 사람들, 각기 다른 고민들. 그래. 중요한 건 '알라뷰' 아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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